보고 느낀 것/일본

[여행/일본 교토] 와인과 라멘과 파란 하늘의 교토 - 2019년 1월

RAmenStory 2019. 2. 23. 01:23

일본은 출장이든 여행이든 여기저기 참 자주 다니는데 요즘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간사이(関西) 지방은 꽤 오랫동안 가본적이 없었다. (오사카는 6년 전, 교토는 10년 전이 마지막) 이상하게 개인적으로 유독 간사이 지방 음식들(쿄료리, 오코노미야키, 후시카츠, 복요리 등)에 큰 흥미가 없는 편이고 간사이는 라멘에 있어서도 애매한 동네이기도 하기 때문인 듯 하다. 마침 어떻게 잘 이용하지도 않는데 꽤 쌓인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유효기간 만기로 소멸 예정이었던지라 마일리지도 써버릴 겸 이참에 10년만에 교토를 가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여행 전 떠올렸던 10년 전 교토의 이미지와는 많이 변해있었지만 그래도 참 좋았던 교토였다.


Albert Grivault Meursault Clos du Murger 2016

Domaine Prieure Roch Nuits-Saint-Georges Premier Cru Vieilles Vignes 2013

Chateau Valandraud의 세컨 와인 Virginie de Valandraud 2006

Mille Caresses, 카츠산도 맛집

오사카가 아닌 교토가 메인인 여행이었지만 저녁 비행기로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에 바로 교토로 가지 않고 오사카에서 1박을 했다.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오사카에서 제일 괜찮아 보였던 와인바 Mille Caresses로. 프랑스 와인만 취급하는 곳이었지만 와인 리스트도, 소믈리에 분들의 접객도 매우 훌륭하고 무엇보다 식사를 하러 와도 좋을 정도로 음식들이 너무 괜찮았다. 특히 이집 카츠산도는 지금껏 먹어본 카츠산도 중에서도 탑클래스! 글라스 와인도 라인업이 괜찮았는데 몇잔 마시다가 적당한 빈티지의 생떼밀리옹이 있어서 바틀로 주문했다.


킹구에몬(金久右衛門)의 킨쇼유라멘(金醤油ラーメン)

그리고 일본에 왔으면 당연히 선주후면은 라멘으로. 오사카 블랙 라멘의 효시로 유명한 킹구에몬(金久右衛門)이지만 이날은 킨쇼유라멘(金醤油ラーメン). 요즘에 와서는 오사카 블랙은 더 잘하는 곳이 많기도 하고 요즘에는 이런 앗사리(あっさり, 담백한, 깔끔한) 계열 라멘이 좋은 듯.


교토는 무엇보다 운이 좋게도 날씨가 완벽했다. 최근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 때문에 기대했었던 10년전의 고즈넉함은 덜했지만 (그래도 오사카보다는 훨씬 나았다) 드문드문한 구름 덕분에 더욱 완벽해진 하늘색이 모든걸 다했다.


교토 라멘을 대표하는 혼케 다이이치아사히 타카바시 본점 (本家 第一旭 たかばし本店)의 라멘.

그리고 교토의 라멘으로 선주후면. 나중에 이집에 대해서 찾아보고 알았지만 텐카잇핀(天下一品)과 더불어 교토를 대표하는 라멘집이었다. 혼케 다이이치아사히 라멘에 대한 포스트는 여기.


2019년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타다야스(祇園 忠保)의 니기리

교토에 와서 굳이 정통파 에도마에(江戸前) 스시집을 가는 패기. 우리가 흔히 먹는 요즘의 니기리스시(쥠초밥, 握り寿司)라는 음식은 지역으로 굳이 따지자면 도쿄 음식이다. 그런 스시가 일본 각 지역에서 만들어지면 당연히 그 지역의 재료와 그에 맞춘 요리법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교토의 재료나 그에 맞춘 스타일이 아니라 교토에서 가장 도쿄스러운(江戸前) 스시를 낸다는 2019년 미슐랭 별 하나를 받은 타다야스(祇園 忠保).


부르넬로의 최고의 빈티지라고 불리는 1997년의 Siro Pacenti Brunello di Montalcino

교토의 재료와 이탈리안의 조합

반대로 교토스러움을 물씬 풍겨 음식도 인테리어도 고즈넉한 교토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Vena. 삿포로의 파이(Φ, ファイ)도 그렇고 일본에서 이렇게 이탈리아 와인만으로 이루어진 본격적인 와인 리스트를 만나면 너무 반갑다.


개인적으로 벚꽃철이나 단풍철이 아니면 그렇게까지 올만한 곳인가 싶은 곳이지만 이날은 하늘이 너무 완벽해서 좋았던 기요미즈데라. 본당이 2020년까지 공사라서 더더욱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관광 포인트인 듯.


최고의 날씨와 최고의 시간에 방문한 킨카쿠지(金閣寺, 금각사). 오후에 적당히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오면 이렇게 반짝이는 금각사를 마주할 수 있다.


이날은 비가 왔지만 비오는 일본식 정원이 더욱 운치를 더했다.

N가지 교토 채소와 토스카나산 친타세네제(cinta senese) 돼지고기의 숯불구이

현대 프렌치와 일식은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서로가 서로에게 끼친 영향이 크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는 미슐랭 별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꽤 많은 편인데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모토이(MOTOI)는 음식은 둘째치고서라도 분위기 하나만큼은 교토의 고즈넉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올빈 오르넬라이아와 사시카이아를 교토 특산 선물(京土産)로...

그리고 여행의 마무리는 교토 특산 올빈 슈퍼투스칸. 모 와인바에서 이탈리아 와인 좋아한다고 열심히 떠들었더니 마스터가 셀러에서 조용히 꺼내오시면서 「京都のお土産です。」 라며 최신 빈티지보다도 싼 가격에 선물로 주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