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초 인생의 한 스테이지가 마무리되고 무엇이든 그려도 되는 빈 도화지 같은 시간과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생각만 했었던 여행들을 다 실현해보고자 남은 2015년을 여행 계획들로 가득 채웠다. 2015년의 이탈리아 여행은 그 여행들의 시작이었고 이후 4년간 매해 이탈리아를 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호수를 보러 갈 시간이 되었다.
여행지로서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이탈리아를 오랜만에 다시 가기로 한 것은 이 책 때문이었다. 물론 10여년만의 이탈리아를 호수만 돌다 올 수는 없어서 피렌체 북쪽으로 주요 관광지는 다 가보기로 했지만.
밀라노 대성당. 앞으로 꽤 자주 보게 될 풍경.
밀라노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밤마실. 이후 4년동안 이 앞을 꽤 자주 지나가게 된다.
꼬모 호수(Lake Como)의 필라리오 호텔. 꿈에 그리던 호숫가의 호텔
호수와 수영장. 수영장이 예뻐야 호텔이지.
이상적인 휴식
Serenity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호텔을 전세 낸 기분이었다.
조용한 호숫가 호텔에서의 휴식은 언제나 나의 이상적인 여행의 모습이다. 밀라노에서 처음으로 향한 곳은 꼬모 호숫가의 필라리오 호텔(Filario Hotel)이었다. 당시 오픈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모던한 디자인의 부티끄 호텔인데 호숫가의 휴식이라는 분위기에 딱 맞는 호텔이었다.
쿨라텔로 디 지벨로 (아래쪽)
"혹시 프로슈토 있어?"
"프로슈토는 없고 쿨라텔로는 있어. 프로슈토랑 비슷한거야~"
Culatello di Zibello DOP (쿨라텔로 디 지벨로) - 이탈리아 생햄의 최고봉. 생산량이 적어 '진짜' 쿨라텔로는 이탈리아 밖에서는 잘 보기 힘들다고.
빌라 델 발비아넬로.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파드메 아미달라가 결혼한 곳.
이탈리아의 호숫가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저택(빌라)이 많이 있지만 꼬모 호수의 빌라 델 발비아넬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파드메 아미달라의 결혼식 장면의 촬영지라서 더 유명하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스타워즈 덕후는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부슬비 내리던 가르다 호수
두번째 호수는 이탈리아 최대 면적의 호수인 가르다 호수. 워낙 크다보니 호수보다는 바다의 느낌이지만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휴양지로 유명한 호수이다. 이때가 이 여행에서 유일하게 날씨 운이 없었던 때인데 머무르는 동안 계속 부슬비가 내렸다.
호텔 코르테 바리에르. 비가 계속 내려 호텔 선택의 많은 부분이었던 야외 수영장을 바라만 봤다.
이후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렌트카가 기본이 되었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기차와 택시를 이용해서 여행을 했기 때문에 접근성이 호텔 선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가르다 호수는 휴양지로 유명하기에 가보고 싶은 좋은 호숫가 호텔들이 많았지만 객실에서 호수가 보이고 수영장이 예쁜, 접근성이 좋은 호텔을 고르다보니 호텔 코르테 바리에르(Hotel Corte Valier)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않아 실외 수영장은 구경만 해야했지만. (대신 사계절 휴양지라서 그런지 실내 수영장도 굉장히 잘 되어 있다.)
스칼리제르 성에서 본 가르다 호수
가르다 호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시르미오네. 스칼리제르 성과 온천으로 유명한 작은 도시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멋진 물색과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이 날은 비가와서 조금은 쓸쓸한 풍경이었다.
베네치아 그리고 곤돌라
한때 왕좌의 게임의 브라보스의 촬영지가 베네치아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산마르코 광장. 한여름의 최성수기보다 관광하기 쾌적한 날씨에 관광객도 훨씬 적다.
다음은 베네치아로. 사실 베네치아는 그리 좋아하는 곳은 아니지만 비수기라서 관광객이 그나마 적었고 날씨도 너무 완벽해서 싫어할 수 없는 풍경만 보여줬다.
JW Marriott Venice로 가는 보트에서 바라본 베네치아와 바다.
호텔 선착장에서. 저 멀리 베네치아 본섬이 보인다.
수영장이 예뻐야 호텔이지 2
베네치아를 베네치아 밖에서 보는 것이 더 좋았다.
베네치아 여행의 좋은 이미지의 절반 이상은 당시 오픈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JW 메리어트 베니스(JW Marriott Venice) 덕분이었다. 베네치아 본섬에서 전용 셔틀 보트로 20분 정도 떨어진 Isola delle Rose라는 작은 섬 전체를 사용하는 이 호텔은 어찌보면 관광객의 도시가 되어버린 베네치아를 고요함과 함께 한발짝 떨어져서 즐길 수 있게 해줬다.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남은 여행의 일정을 변경해서 계획보다 하루 더 머물렀을 정도.
Night by Venice
밤에는 잠시 본섬으로 밤마실.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밤의 산마르코 광장이 참 좋았다.
안녕 베네치아. 언젠가 또 보자꾸나.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피렌체로.
볼로냐에서 먹는 라구 알라 볼로네제 파스타
가는길에 볼로냐에 들러서 레알 볼로네제 파스타도 먹고.
건너편 종탑에서 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개인적으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쪽보다는 이쪽이 더 뷰가 좋은 듯.
밀라노 대성당과 같이 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도 이후 꽤 자주 보게 된다.
Sunset over Ponte Vecchio
개인적으로 미켈란젤로 언덕보다는 아르노 강가에서 폰테 베키오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는게 더 예쁜 것 같다. (미켈란젤로 언덕은 야경이 예쁜 듯)
피렌체의 오아시스 같은 Palazzo Castri 1874의 중정
스파와 수영장
어쩌다보니 피렌체에서 머물렀던 Palazzo Castri 1874 호텔도 당시 오픈한지 두달도 채 되지 않은 신상 호텔이었다. 크지는 않지만 호텔 중정의 야외 수영장도 잘 되어있고 빡빡한 관광 도시 피렌체 안의 오아시스 같은 호텔이었다.
Palazzo Castri 1874의 안방마님 Pino the cat
호텔의 안방 마님 비노(Pino). 특기는 투숙객 소파에서 잠자기, 식사하는 투숙객 치고 지나가기. 2년 후 이녀석을 보러 피렌체에 다시 오게 된다.
Buca Lapi의 Bistecca alla Fiorentina
이것이 진정한 토마호크 스테이크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부카 라피(Buca Lapi)에서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식 스테이크, a.k.a. T본스테이크). 대학생 때 돈 없이 배낭여행 왔을 때도 탈탈 털어서 사먹었는데 피렌체에 왔으니 이제는 제대로 된 걸 먹어야지. 개인적으로 이런 심플하고 투박한 스타일의 스테이크 좋더라.
이렇게 2015년의 이탈리아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호수 여행이었는데 막상 호수가 별로 없네? 사실 이 때 남은 호수에 대한 핑계 그리고 새로운 여행 주제인 와인 때문에 이후 4년간 어이 없을 정도로 자주 이탈리아에 가게 된다.